명제/ 불이화(不二花)-Maqdishu 1991   규격/ 높이 132cm. 넓이 63cm x 63cm   재료기법/ 아크릴판, 합판, 석고, 밀랍, 래커, 아크릴 채색 등 혼합재료  연도/ 2022

 

영화, 시 그림을 만나다 2022

화가 이영철-2

모가디슈

A. 영화에 관한 생각

영화 보기를 하면서 화가인 나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본다는 것은...

1 시신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RGB를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종합해 뇌로 보낸 정보를 판단하는 시(-시력, 시청...)

2 평소에 우리는 졸거나 잡념으로 가득 차서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서 벗어나고 정신을 차려 똑바로 보는 견(-견성, 견학...)

3 눈에 보이는 것에만 의존하지 않고 맛본다, 들어본다, 맡아본다, 만져본다 등 다른 감각을 통해서 대상을 이해하는 관(-관세음, 관찰...)

4 언어와 문자를 앞에 세우지 않고 근본 마음의 참 나를 통해서 보는 간(-간화선...)

우리는 이처럼 각자의 마음 살림살이를 바탕으로 저 어느 곳에서 둥지를 틀고 세상을 보기 때문에 같은 영화를 봐도 볼 때마다 다르고,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른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지요.

화가는 영화 모가디슈를 한 번 견()하며, 1991년의 남과 북 그리고 소말리아의 상황을 보았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간판을 내건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찢어진 천 조각처럼 나누어진 남한과 북한, 그리고 바레 정권의 독재와 거기에 저항하는 내전으로 인해 우리 민족 이상으로 낡은 가방처럼 너덜너덜해진 아프리카 약소국의 고난과 애환이 교차하는 그 상황(Situation)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영화를 관()하며 비로소 사람(Human)을 보았습니다. 존재로서의 사물은 가방이나 총처럼 이미 그 용도가 정해진 본질을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실존으로서의 인간은 이미 정해진 본질을 넘어서 자기 스스로 본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물과는 달리 인간은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그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물은 주어진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인간은 매우 유동적인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그래서 샤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은 존재라 했지요.

그러나 인간이 자신의 삶을 사물처럼 살아낸 시대와 지역이 엄연히 존재했으며, 지금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서 주어진 역할에 기계적으로 충실했던 시대, 의자나 컵같은 사물과 다름없이 살아도 그것이 운명이고 감내해야 할 일로만 받아들이던 시간 한가운데에 1991년 모가디슈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동북아시아 분단 국민이 앓고 있는 약소민족의 아픔과, 총을 든 흑인 아이가 딛고 선 땅에서 견뎌내는 약한 자들의 슬픔을 함께 껴안아 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공허한 자동차의 질주와 게임처럼 과장된 총질의 시각파티로 시간을 낭비한 영화입니다. 튼튼한 그물과 힘센 팔뚝을 가지고도 큰 고기를 건져 올리지 못하는 어부를 보는 듯 짙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화가는 작업을 둘로 나눈 후 작품 하단부는 합판으로 박스를 짜서 1991년 모가디슈의 상황을 나열했습니다. 그리고 상단부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프레임 속에서 인간이 마치 물건처럼 쓰이고 버려지던 시대에, 서로 이념으로 분리된 남북한 외교관들이 내전의 긴박한 상황을 피해 함께 생존하기 위한 탈출의 여정을 거치며 우리는 한 민족이라고 외치는 영화의 메시지를 받아적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메모를 버린 후 종교와 인종, 사상, 빈부, 세대와 성별 등 인간 스스로가 만든 수많은 이분법의 경계를 넘어서기만 하면 인간은 결국 사랑이라는 둘이 아닌 꽃으로 피는 존재라는 생각을 담아보았습니다.

B. 작품에 대한 설명

작가/ LEE, Young Cheol

명제/ 불이화(不二花)-Maqdishu 1991

규격/ 높이 132cm. 넓이 63cm x 63cm

재료기법/ 아크릴판, 합판, 석고, 밀랍, 래커, 아크릴 채색 등 혼합재료

연도/ 2022

 

작품 진행 및 설명

1. 상황(Situation)-

합판 박스에 아크릴 채색

하단 1, 2, 3, 4 및 윗면

가로 62.5cm x 106.5cm x4

윗면/60.5cm x 62.5cm

위에서 아래로 청색 물감 흘리기 및 아래에서 위로 적색 물감 흘리기는 남과 북의 갈등, 대립, 충돌하는 상황을 표현했습니다

회색 및 황토색 물감 수평적 흘리기는 긴박하게 탈출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 자동차와 총격의 속도감, 긴박한 상황에 대한 묘사입니다

회색빛 크고 작은 둥근 점은 갈등과 증오, 인권유린, 절망과 혼란이 부유하는 모가디슈의 시간을 담았습니다

핑크 및 황색의 크고 작은 점들은 협력과 희망, 생존, 화해, 사랑의 상징입니다

윗면의 청색 바탕 흰 별은 상황의 현장, 모가디슈 국기입니다

2. 사람(Human)-

아크릴 박스와 손 캐스팅(casting), 래커(lacquer) 및 아크릴 채색

높이 26cm. 넓이 63cm x 63cm

시위대를 구타하는 폭력의 손, 적으로 정한 모든 것에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잔혹한 손,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약소국가를 핍박하는 욕망의 손, 부패 정권의 탐욕의 손, 거기에 저항하는 민중의 손, 이념과 갈등 아래 짓밟히고 희생되어 절규하는 손, 악몽과 지옥에서 구원을 기다리며 기도하는 손, 생사의 길을 건너가며 동포애로 화해하는 손, 살아남은 자들이 안고 가야 하는 사랑과 용서, 화해와 치유의 손... 그리고 평화의 촛불

이처럼 다양한 손의 언어가 말하고 있는 남한과 북한, 소말리아의 절망과 희망이 둘이 아닙니다. 그렇게 너와 나 우리들 만의 강을 건너 인간애의 들판으로 나아가면 인간은 모두가 결코 둘일 수 없는, 하나의 꽃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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